사람은 다 다르다, 진짜로 다르다
사람은 각자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말,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실제로 느끼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그걸 제대로 느낀 건 MBTI 유형을 알고 나서부터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심리 테스트 정도로 여겼는데, 지인들의 성격과 행동을 관찰하다 보니 "이건 진짜다..." 싶은 순간들이 많아졌다.
물론 MBTI가 모든 걸 설명해주진 않는다. 하지만 사람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나 반응 경향을 파악하는 데는 꽤 유용하다. 오늘은 내 주변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들이 보여준 MBTI 유형별 생생한 특징들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계획파 vs 즉흥파의 온도차: J형과 P형의 일상 속 충돌
내가 계획을 세워야 마음이 편한 INFJ인 탓일까. J형 친구들을 만나면 정말 편하다. 예를 들어 우리 모임의 ISFJ인 수진이는 약속을 잡을 때부터 철저하다.
“5시에 신촌역 2번 출구, 가게는 예약했고, 혹시 몰라서 근처 카페도 알아봤어.”
이런 말에 난 감동받는다. 그냥 약속 하나 잡았을 뿐인데 마음이 편하다.
반면, 내 절친 중 한 명인 ENFP 재현이는 P형의 끝판왕이다. 만나기로 한 당일에 “근데 거기 말고 홍대는 어때? 나 거기서 할 일 있어서”라며 장소를 바꾸고, 카페에 앉아 있으면 “아 맞다 나 이어폰 샀는데 차에 두고 왔다”면서 10분 후에 돌아온다.
이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그냥… 세상의 리듬이 다르다는 느낌이다.
재현이는 늘 유쾌하고 즉흥적이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이런 ‘유연함’이 나 같은 J형에게는 종종 ‘혼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결국 우리는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즉흥의 재미를, 그는 계획의 안정감을 조금씩 배워간다.
말 많은 E vs 말 없는 I, 진짜는 듣는 데 있다
내 주변에는 극강의 I인 INTP 현석이와 전형적인 E인 ESFP 민지가 있다. 이 둘을 같이 만나면 언제나 재미있다. 대화의 흐름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민지는 누가 봐도 에너지 넘치는 인싸다. 카페에 앉자마자 10분 동안 근황을 쉼 없이 말하고, 나랑 현석이는 거의 고개만 끄덕인다. 가끔은 말을 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재밌는 건, 민지는 말하면서도 계속 우리 반응을 챙긴다. 내가 조금이라도 핸드폰을 보면 “지루해?”라고 묻고, 현석이가 미소를 지으면 “맞아! 너도 그랬지?”라며 말에 끌어들인다.
반면 INTP인 현석이는 아주 말이 없다. 한참을 듣다가 한 마디 던진다.
“그건 그냥 니가 흥미를 너무 빨리 잃는 거 아냐?”
그 말이 핵심을 찌르고, 대화가 잠깐 조용해진다. 민지가 “그건 좀 맞는 말”이라며 수긍할 때, 나는 속으로 웃는다.
현석이는 말은 적지만, 꼭 필요한 말을 정확히 한다. 그리고 그런 조용한 I형의 말이 대화의 무게중심을 만들어 준다.
이때 느낀다. 말을 많이 한다고 소통이 풍부한 게 아니고, 말을 아낀다고 존재감이 약한 것도 아니다.
소통은 결국, 얼마나 서로를 듣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감정의 파도와 이성의 언어: F형과 T형의 대화 방식
“야, 내가 그 얘기를 왜 했겠어?”
감성 충만한 ENFJ 친구 유리는 말을 할 때 감정이 먼저 앞선다. 나는 듣고만 있었는데도 그녀는 가끔 서운해한다.
그 이유는 대화에서 공감이나 정서적인 리액션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반면, 나의 INTP 친구 상우는 완전 T형이다. “그게 왜 문제야?”라는 말버릇 때문에 감정적인 친구들과 자주 충돌한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유리는 감정을 공유받고 싶어 한다.
이 둘이 함께 있을 땐 정말 흥미롭다. 유리는 “그냥 힘들다고 말했을 때, ‘왜 힘드냐’고 묻는 게 아니라 ‘고생했어’ 한 마디면 되잖아?”라고 말하고, 상우는 “고생한 건 알겠는데 문제의 원인을 분석해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어”라고 말한다.
이 둘 사이엔 감정과 이성, 공감과 분석이 계속 부딪힌다. 하지만 그 안에서 다른 관점을 배우게 되는 순간이 있다.
F형은 T형에게 문제를 덜 감정적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T형은 F형에게 ‘말보다 마음’이 먼저일 때도 있다는 사실을 배운다.
이럴 때마다 나는 사람의 다양성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느낀다. 그리고 각자의 방식이 틀린 게 아니라 다를 뿐이라는 사실을 새삼 되새긴다.
MBTI는 결국 ‘이해의 출발점’
MBTI를 안다고 해서 사람을 100%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나서려는 건 아닐 수 있고, 계획을 세우지 않는 사람이 무책임한 것도 아니다. 단지, 사고방식의 차이일 뿐.
내가 느낀 MBTI 관찰일지의 결론은 이것이다.
사람들은 정말, 생각보다 더 다르고, 그 다름은 때로는 불편함이 아니라 새로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 관계는 훨씬 더 편안해진다.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MBTI는 꽤 괜찮은 안내서가 되어줄 수 있다.